[천자칼럼] 바다열차 운행 중단

입력 2023-12-26 17:47   수정 2023-12-27 00:12

‘플라이트 셰임(flight shame)’은 스웨덴에서 시작돼 유럽으로 확산된 일종의 각성 운동이다. 온실가스 배출 주범의 하나인 비행기 타는 것을 부끄러워하라는 의미인데, 이 운동을 주도하는 사람들은 4시간 정도의 항공 운항을 모두 기차로 대체하면 연간 3600만t의 탄소 배출을 절감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항공이 핵심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은 미국 등에선 촘촘한 철도망을 구축해 놓은 유럽 대륙에서나 가능한 환경운동쯤으로 치부할 법하다.

국경을 초월해 대륙 구석구석을 연결하는 유럽 철도망은 그 자체로 매력적인 여행상품이다. CNN트래블이 ‘가장 아름다운 유럽 기차여행 10선’을 따로 추려 소개했을 정도니 말이다. 그중 하나가 스코틀랜드의 ‘웨스트 하이랜드 노선’이다. 글래스고에서 말라이그에 이르는 이 노선의 압권은 고원을 가로지르는 높이 381m의 글렌피넌 고가교(橋)를 지날 때다. 이 다리 위로 질주하는 급행열차는 영화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에도 등장해 친숙하다. 해안 철도로는 북아일랜드의 ‘데리~콜레인 노선’이 포함됐다. 고대 화산 활동으로 형성된 4만여 개 해안 주상절리가 모여 있는 ‘자이언트 코즈웨이’(거인의 방죽길)와 10㎞에 이르는 황금빛 모래 해변을 감상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관광열차가 각광받고 있다. 코레일이 정선아리랑열차(청량리~정선), 서해금빛열차(용산~익산), 협곡열차(영주~분천) 등 6개 정기 열차를 운행하고 있다. 아쉽게도 2007년부터 운행해온 동해안 바다열차는 지난 25일 성탄절을 끝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강릉~동해~삼척 53㎞ 구간을 달리며 그간 195만 명을 태웠는데, 수명 다한 열차 교체에 필요한 재원 마련에 실패한 탓이다. 코레일이 비용 140억원의 절반을 부담하고, 3개 지방자치단체가 나머지를 분담하는 방안을 논의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다른 관광 콘텐츠가 많아져 바다열차에 대한 투자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한다. 바다열차는 끝내 멈춰 섰지만, 같은 철길을 다니는 누리로를 이용하면 강릉에서 동해까지는 풍경을 감상하며 오갈 수 있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류시훈 논설위원 bad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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